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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 수많은 불의를 보면서 방관했다. 때로는 무서움 때문에 때로는 무관심해서. 그들의 눈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불의를 행한 자와 나의 간극은 얼마나 벌어져 있을까. 가해자와 나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지 않았을까. 조금이나마 가졌던 희망이 사그라드는 것처럼. "그러면 안 되지, 어쩜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냐." 간혹 죄 없는 척 정의를 말한다. 나는 방관자다. 불의를 보아도 백의 구십구는 참는다. 변명할 수는 있지만, 충분치는 않다.

바람이 분다 2024.03.15

실패하면 인생 끝나는 거야

실패하면 인생 끝나는 거야 누구나 성공을 원한다. 세상 역시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성공을 권한다. 때로는 (사실 종종) ‘반드시’ 성공하라고 한다. 실패를 논하는 일은 거의 없다. 실패는 ‘끝’이니까. 내심 가슴 속에 이렇게 품곤 한다. ‘실패하면 인생 끝나는 거야.’ 내일을 품는다. 도전한다. 도전해야 한다. 그런데 실패하면 안 된다. 안 되지. 인생을 그렇게 끝낼 수는 없다. 세상은 그리고 나는, 실패한 사람을 그리 예쁘게 보지 않아. 그러니! 시도하지 않는다. 시도할 수 없다. 시도하는 것은 실패의 가능성을 높이니까. 세상은 언제나 역동적으로 움직이지만 보이지 않는 모든 곳에서는 수많은 포기가 일어난다. 성공도 실패도 없는 상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들이 많아진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한 ..

바람이 분다 2024.03.15

가족에게 말하기

별것 아닌 것을 별것으로 만드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퉁명스럽게 말하기’다. 관심 없는 듯 혹은 약간은 비아냥거리는 듯 툭 던지는 거다. 그걸로 족하다. 듣는 사람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때론 바라는 것이 전혀 없었더라도 그 시간은 매우 특별해진다.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큰 힘 쓰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할 요량이었다면. 그럴 마음이 없었다면, 큰일이다. 시작의 쉽고 가벼움과는 다르게 수습은 언제나 그렇듯 적극성과 큰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니까. 알고 있다. 아니, 늘 생각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만약 생각을 했더라면 그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님을 나는 알고 있다. 어떤 것은 아주 작아 보여도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또한. 그러나 알고 ..

바람이 분다 2024.03.15

영원한 적은 없다

간이나 쓸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친구의 일은 무조건 도와야 하는 것이었다. 원체 관심도 많았고 또 좋기도 했으니. 같이 기뻐해 주고 같이 슬퍼해 주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에게 알리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사람이 좋았다. 특별히 경계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낯선 사람을 대할 때 눈을 잘 마주치거나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사람 앞에서는 늘 온 몸이 경직될 정도로 긴장했다. 그러면서도 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듯싶다. 두려움 속에서도 애써 피하지 않은 걸 보면. 이십대를 보내면서, 아마도 이러저러한 경험을 겪고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사람을 믿으면 실망할 일이 생긴다는 것, 그 누구도 내 마음과 ..

바람이 분다 2024.03.15

낯선 곳으로의 여행

흐린 날이었다. 마당에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 아래에서 배를 깔고 앉아 있던 게스트하우스의 개 두 마리를 향해 마치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그러나 무심하게 “가자!” 말한 뒤 뒤돌아 걷기 시작한다. 기척이 없기에 안 오는가 보다 하면서도 이미 함께 다녀온 경험이 있기에 내심 기대하며 뒤를 돌아본다. 일정한 간격을 두며 개 두 마리가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비가 오기 시작한다. 장대비는 아니지만 우리의 몸이 흠뻑 젖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이날, 이미 알고 있던 것보다 내가 조금 더 요상한 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늘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낯선 곳으로 새로운 것을 만나러 다니는 것을 꿈꾼다. 조금 헤매도 좋다. 목적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니까. 그 낯섦 속에서 느끼는 약간의 긴장감이 ..

바람이 분다 2024.03.15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세상에서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 '오래'가 '영원'으로 바뀌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매우 자연스럽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릴때부터 종종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에 의한 죽음, 주변의 죽음을 통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상상해 본다.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 반드시 벌어질 일들이기에 생각만으로 가슴이 답답해 온다. 슬프고 두렵다. 그들 모두가 내곁에서 영원히 살았으면.... 나의 의미가 되어버린 그들을 두고 상상해 본다. 나 역시 이 세상에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 죽음 이후가 있다고 한들, 지금껏 내가 알던 세상은 사라지는 것이니까. '영원'에 대한 욕망이 극대화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며 ..

바람이 분다 2024.03.15

발상의 전환

공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의도치 않은 장면들이 머릿속을 헤집는 경우도 많다. 눈을 감으면 (실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마치 영상처럼 (당연히 보이는 건 아니다.) 어떤 장면들이 지나가기도 한다. 잠을 자기 위해 자리에 누웠을 때 특히 그렇다. 흥미로운 것에만 집중하느라 쉬었던 머리가 이제서야 도는 느낌이다. 진작에 그랬으면 좋았을 일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무언가에 대한 행동지침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 기억하고 있다가 반드시 실행해야지 하는데 그렇다고 실행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휴대폰에서 메모장 하나 열지 못하고 자 버리고 만다. 그런 류의 것이 떠올랐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아침을 맞는다. 새로운 것을 상상하는 능력이 뛰어나길 바란다. 세상에 없는 것을 바란다기보다 세상에 익..

바람이 분다 2024.03.15

스승의 은혜

기념일 자체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다. 어릴 때도 내 생일에 무언가를 바라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꼭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생일이면 꼭 케이크를 사야 하는 것이 아니며, 꼭 축하파티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일을 챙겨주었던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챙김을 받는 건 역시 기쁘고 고마운 일이었으니. 그러고 보면 역시 기념일은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며 바뀐 생각인데,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이러했다. 부모님이든 형제든 친구든 배우자든 모두 소중하다. 사실 내가 알고 지내는 모두가 소중하다. 그냥 저냥 만나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사라지면 힘들어진다. 그들 모두 나의 힘이다. 그러니 그만..

바람이 분다 2024.03.05

언제나 공부가 필요한 세상에서

초등학생(실은 국민학생이었다…) 시절은 너무나 즐겁기만 했다. 굳이 논길로 들어가 길 아닌 곳으로 학교에 간다. 짧은 거리였지만 나름 할 게 많았다. 등하굣길 중간에 있는 곳집(상여와 그에 딸린 도구를 넣어 두는 창고 같은 곳)에 귀신이 산다는 아이들 사이의 소문을 듣고 두려운 마음에 냅다 뛰어 지나간다. 안개가 자욱한 가을 아침, 늘어져 있는 풀에 앉아 있는 잠이 덜 깬 듯한 잠자리를 살짝 잡아 옷에 앉게 하고는 학교까지 걸어간다. 날개가 젖어 있어 당장은 날아가지 못하니까 왠지 나를 따르는 느낌을 받으며. 학교에 가는 동안 안개가 걷히고 해가 나기 시작하면 날개가 마른 잠자리들은 하나 둘 날아가 버린다. 학교에 도착하면 교실에 가방을 두고 운동장을 누비고 다닌다. 수업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사..

바람이 분다 2024.03.05

스페인 - 마드리드 (2/20)

오늘은 자체투어를 하기로 합니다. 코스를 정해서 한 바퀴 돌았어요. 유적지나 관광지를 눈독들이지는 않으니, 동네를 둘러본다는 생각으로요. 첫 끼는 어제 먹은 츄러스로 합니다. 어제의 다른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아서 ㅋㅋ초코가 많이 남아서 츄러스만 12개를 샀어요. 커피와 함께 열심히 먹습니다. 역시 맛이 좋네요 ㅎㅎ 이 코스로 걸어 보았습니다. 특별히 어디를 입장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마요르광장- 산 미겔 시장 - 사크라멘토 성당 - 마드리드 왕궁 - 그랑비아 거리 구름 한 점 보기 힘든 날입니다. 바로 위 두 번째 사진은 마드리드 왕궁과 알무데나 대성당 사이의 모습입니다. 바로 위의 사진은 저 끝으로 가서 바라본 광경입니다. 저녁때는 한식당 가람을 찾아갑니다. Restaurante Coreano GaR..

여행 (유럽) 202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