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일이 아닌 세상
일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다시 말해, 일을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세상이다. 치열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사람으로서 종종 하게 되는 상상.
겨울에는 춥지 않게 여름에는 덥지 않게 지낼 집이 있다. 기본적인 기능을 하는 옷을 입고, 배고프지 않을 만큼 먹을 수 있다. 그래, 그러면 일단 된다. 살 수 있다. 일하지 않아도 살아있을 수 있다.
그때부터 일은 선택의 영역이 된다.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을 때,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을 때, 더 좋은 옷과 더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을 때, 여행을 하거나 무언가를 구입하고 싶을 때가 되면 그때 돈을 벌면 된다.
삶의 지혜를 채우기 위해 혹은 무료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경험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때 또 일을 하면 된다.
우리 앞의 ‘일’은 치열하다.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고, 돈을 벌 수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다. 잘살고 싶어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일을 한다. 살아있는 자체를 ‘잘산다’고 한다면 뭐라 대꾸할 말이 없지만.
아무튼 많은 사람들의 일은 치열하다. 늘 ‘하기 싫다’는 마음을 품고서. 김 과장, 이 차장의 뒤통수를 힘껏 내리치는 상상을 하며. 속깊이 곪아도 어쩔 수 없다. 살아야 하니까.
그런 상황에서는 더 좋은 것이 나오기 힘들다. 제일의 목적은 살아가는 것이니까. 이 일을 오래 다닐 수 있으려면 좋은 것을 시도하는 것보다 지금을 잘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변의 요구에 부흥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꿈? 잠잘 때 말고는 없다. 이상 따위가 밥을 먹여 주지 않는다. 간혹 꿈으로 밥 먹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만, 신기루다. 특출나거나 운이 좋은 사람이겠지.
다시,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상상한다.
직장의 우선순위가 바뀐다. 다양성과 새로움이 난무한다. 나를 찾아 나선다.
그러면,
살아지는 삶이 아닌
살아가는 삶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