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독서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십대부터 삼십대 중후반까지 나의 가방 안에는 늘 책 한 권이 들어 있었다. 물론 보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거란 걸 알고는 있었다. 시간이 남을 때 잠시라도, 정말 할 것 없을 때 한 장이라도 책장을 넘겨 보기를 소박하게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오늘은 어떤 책을 가져갈까’ 매일 고민했다.
경험할 일 없거나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책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말 그대로 이해했다. ‘그래 그렇지.’ 하면서. 하지만 지금은 매우 속깊이 공감한다. 이유는 이렇다.
다른 사람이 보거나 볼 수도 있는 글을 한 편 쓴다고 생각해 보자.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다는 것은 내 글을 누군가가 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코멘트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그래서 사실 관계를 정확히 하려고, 맞춤법을 틀리지 않으려고, 문맥에 맞춰 쓰려고 노력한다. 쓰고 읽기를 반복한다. 나 혼자 보는 글과 남에게 보이는 글에 들어가는 노력은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크다.
책은, 그런 글을 아주 길게 적는 일이다. 관련된 수많은 공부와 고심이 들어간다. 익숙해지고 능숙해져서 생긴 노하우가 들어간다. 어쩌면, 그 주제에 대한 그가 가진 모든 것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작가만큼 그 주제에 대해 길고 깊게 집중하는 일은 거의 없다.
책을 읽는다는 건 누군가의 경험을 손쉽게 얻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 책 한 권으로 그의 모든 것을 흡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몇 년 혹은 몇십 년에 걸쳐 얻은 통찰력을 길어야 며칠 만에 들을(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늘 되새길 만하다.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의 격차가 너무나 커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멀리하고 있는 나로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