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치는 사람
되고 싶은 사람을 적어 보라고 했다. 몇 년 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였다.
글쎄...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이루고 싶은 일들이야 많다. 이런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도 많이 해 보았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질문을 조금 바꿔 보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짧은 시간의 고민 후 나의 결론은 ‘장난치는 사람’이었다. 마침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날들이라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여전히 나는 그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늘, 되도 않는 농담을 던지고 싶어 안달이니까. 종종 엉뚱한 행동을 하는 사람, 조금은 정신없고 가끔은 실소를 머금게 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내가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다. 이 나이에 부끄러움도 많고 말재주도 그다지 있는 편이 아니다. 되려 매우 심각한 사람이다. 오래 전부터 “왜 이렇게 진지하냐”는 말을 들어 왔다. 인정한다. 하지만 진지해야 할 때는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 지점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그 외 대부분은 즐겁고 싶은 마음이다. 언제나 그럴 수는 없지만 이왕이면 웃는 낯을 가지면 좋겠다. 온갖 감정이 드나드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장난을 치면 좋겠다.
“그거 있잖아요~”
“없어.”
“삼촌.”
“안 돼.”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재미 없으면 어떤가. ‘내가 지금 장난을 치려고 한다’는 정도만 알아 주어도 좋다.
그러고 보니 이런 말이 떠오른다.
‘남자는 영원히 철들지 않는다.’
나에게는 좀 진리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