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몰라서 다행이다

트망 2024. 1. 17. 14:34

도대체 어떤 마음이면 사람을 상대로 저렇게 가혹하게 군단 말인가.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깊으면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 하는 것인가.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기에 이렇게도 대하기가 어려울까. 요 독특한 녀석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간혹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고 싶어질 때가 있다. 저 안에 있는 것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면, 그 의미가 소리로 변하여 내 귀까지 전해진다면 어떨까. 솔직해질 때까지 기다릴 일도 없고, 나의 뜻하는 바와 다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다. 그저 오감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관계를 맺는 행위는 단순해질 것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면 되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으면 된다. 상대 역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 되고, 원하지 않는 것은 할 필요가 없다. 부정을 감출 수 없다. 언젠가 좋아지리라는 기대를 하며 현재의 불만을 가져갈 일도 없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있기란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불만 없는 관계란 없다. 개인은 결국 정말로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

 

관계는 완벽한 믿음에서 오는 게 아니다. 완전히 뜻을 같이해서도 아니다. 그저 어떠한 심적 동요 때문이다. 뚜렷한 생김새(혹은 뚜렷하지 않은 생김새), 요란하지 않은 발걸음(어쩌면 당찬 발걸음), 가벼운 눈웃음(또는 호탕한 웃음), 식당에서 건네준 물 한 잔이다. 그를 통해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 맞지 않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관없다. 게다가 완벽한 인간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관계란 일부를 통해 미루어 짐작하거나 기대하거나 상상하여 갖게 되는 어떤 의미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물론 약간의 환상을 첨가하여.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여서 다행이다.

그대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