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장애]
어떤 일의 성립, 진행에 거치적거려 방해하거나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게 함.
신체 기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
(출처 : 다음 한국어사전)
아주 잠깐 장애인 활동보조를 한 적이 있다. 워낙 나 자신밖에 모르던 놈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지만,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일이었다. 크지 않은 센터였고 직원 대부분이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수행하고 있었고.
내가 처음 활동보조를 했던 형은 웹디자이너였다. 집에서 일했지만 간혹 사무실 출근도 했다. 사람도 많이 만나고 다녔다. 외출준비와 외부활동을 보조하던 그 시간 동안 나는 참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건물의 낮은 턱조차 쉽사리 건너지 못할 수 있다. 어느 복합쇼핑몰 장애인화장실은 입구가 너무 좁아 전동휠체어는커녕 일반 휠체어도 들어갈 수 없다. 목적지의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엘리베이터가 있는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가서 지상으로 올라가 목적지까지 다시 한두 정거장 이동해야 한다.
한 번은 센터 직원분과 함께 사거리 건너 은행에 볼 일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횡단보도가 없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육교가 있었지만 역시 휠체어가 오를 수는 없었다. 그날 전동휠체어를 탄 남자와 그 뒤를 뛰는 남자 이렇게 둘이 사거리 지하차도에 나타난 건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
“몸도 안 좋은데 왜 나오느냐”는,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말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친분 있는 아이 대하듯 대뜸 반말을 하며 다가오기도 한다. 의도가 무엇이든 굉장히 불쾌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한 것이 그때쯤이었나 보다. 나는 왜 그동안 이런 세상이 있는지 몰랐을까. 정확한 통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중도장애인이 외출하는 데까지 3년 이상이 걸린다던 누군가의 말을 기억한다. 보이지 않아서 낯선 것일까 낯설어 하기에 숨는 것일까. 이제야 조금씩 보이고 들리기 시작했다. 세상은 장애를 보며 ‘부끄러운 것이니 감추어야 한다’ 말하고 있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상관은 없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어느 건물 일층 문앞에 서 있었다. 내 바로 앞에 용달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짐칸에는 각종 폐기물들이 담겨져 있었다. 거리는 약 일 미터. 순간 '쿵!' 하고 내 앞에 무언가 흰 물체가 떨어진다. 하얗고 굵은 창문 프레임이 용달차 짐칸에 걸려 흔들거린다. 저 위에서 프레임을 던진 그 사람이 조금만 힘을 덜 주었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 억울은 하겠지만, 그럼에도 저 멀리서 보면, 언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나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이 안 된다면, 이기적으로라도 장애 혹은 장애인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시선 혹은 대우를 내일의 내 가족이나 내가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조금은 조심스러워지지 않을까. 조금 더 배려하게 되지 않을까. 조금은 더 받아들이지 않을까. 무작정 돕든, 완전히 동등하게 대하든 그것은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할 일이지만.
사람에게 '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의문도 든다. 장애를 어떤 결함이 있는 상태라고 정의하는데, 정확하게 어느 정도가 되어야 결함인지도 모호하거니와(물론 나름 그 기준을 정해는 놓았다만), 그 기준이 어떠하든 결함 없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다. 욕을 달고 산다. 늘 세상이 불만이다. 내가 제일 잘났다. 혹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났다. 새가 무섭다. 우리는 세상의 음모 속에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절대 못 탄다. 조금만 흔들려도 멀미를 한다. 꼼꼼해지자면 이 모든 것들도 충분히 '결함'일 텐데 왜 우리는 특정한 경우에만 '장애'라 하는 것일까. 그 단어는 정말 정당하게 붙은 것일까.
물론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필요한 일인지 모른다. 이름이 없다면 너무 긴 설명이 필요할 것이므로. 하지만 무언가를 한 단어로 규정짓는 것에는 필연적으로 역효과가 생긴다고 본다. 어떤 것 혹은 어떤 사람이 그 안에 묶여 버린다는 것이다. 여자, 남자, 과장, 인턴, 알바, 초등학생, 일용직, 농부, 변호사, 장애인.... 필요한 일이겠지만 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