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망 2024. 1. 18. 20:48

“맘대로 해!“
 
결국 말해 버렸다. 꽁꽁 숨겨 두었던,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마음.
 
유난히 맑은 날, 역시나 늦은 너. 괜찮다 말한 나, 웃겨야 했던 나.
무엇이었을까 너와 나의 문제는.
 
“떡볶이 먹을까?”
“그다지. 다른 거 없어?”
“뭐 먹고 싶은데?”
 
잠깐의 침묵 속에 흩어지는 너의 한숨 소리.
 
“왜 맨날 나만 선택해?”
 
선택에 애를 먹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으면서 이미 수없이 들었던 말. 그날따라 날카로웠던 걸 눈치 못 챈 나의 탓일까. 또 다시 굳어버린 나를 기세 좋게 몰아붙인 너의 탓일까.
 
네 탓이라고 하고 싶지 않아. 물론 내 탓도 아니지. 그저 조금 엇갈렸을 뿐이야.
 
그래도 이 한마디는 하고 싶었어.
후련하게, 시원하게.
 
“어차피 니 마음대로 할 거였잖아!”
 
미안했지만 미안하지 않았어. 아마도 너처럼. 적어도 그 순간은.
시원했지만 시원하지 않았어. 어쩌면 너처럼.
 
끝까지 숨겨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