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오 잘됐다!”
‘어떻게 한 거지?’
“어떻게 한 거야?”
‘왜 너만 됐냐고….’
“멋진데!”
‘나보다 못한 놈이었는데….’
“축하해. 언제 한턱 쏴라.”
‘아 자존심 상해.’
진심으로 화들짝 놀랐다. 아마 너도 느꼈겠지. 끓어오르는 부러움과 약오름을 숨기려는 호들갑떠는 나의 모습.
-
오랜만에 H와 술 한잔 한다.
“K는 잘 지낸대?”
순간 숨이 멎는다. 내가 K를 만난 걸 알고 있었나? 사실 그냥 마주친 거지만.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난 K를 좋아하지만 마주쳤다는 사실은 숨기고 싶었다. K의 잘 지냄은 곧 나의 잘 못 지냄과 연결될 것이므로.
하지만 속시끄러움이 멈추지 않는다. 그 사실을 숨기는 나의 모습이 나의 못 지냄을 너무나 선명하게 증명하는 것 같아서 괴로웠다.
“… 며칠 전 저기 마트 앞 지나다가 만났어. 준비하던 것 잘 됐대. 애인하고도 별일 없는 것 같고. 얼굴도 좋아 보이더라. 깊은 얘기는 못 했고, 시간 되면 한번 보기로 하고 헤어졌어.“
긴 한숨처럼, 어쩌면 공격적인 랩 배틀의 한 장면처럼 내가 아는 정보를 단숨에 쏟아 버렸다. 내가 아는 것 다 얘기했으니 더 이상 묻지 말라는 신호였다.
”어디에서 지낸대?“
“몰라. 궁금하면 연락해 보던가.”
H는 다 좋은데 눈치가 없는 게 문제다. 내가 짐을 챙기고 일어선다.
“간다. 잘 먹었어. 다음에 보자.”
-
띠링~
H의 문자메시지.
[ 그때 그냥 가 버리는 바람에 말 못했어. 나 그거 있었잖아…. ]
알고 있었다. 아니 알 것 같았다. 표정과 말투에 다 드러났으니까. 결정적으로 우리 만났던 날이, 바로 그날이었으니까.
[ 축하해. ]
"근데 참,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