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하루
스마트폰은 오늘도 나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도대체 어떠한 원리로 상대방의 소리가 나에게 들린단 말인가. 이 작은 기기가 이렇게나 많은 정보를 담고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기가 막히다. 중고등학생 시절 사용한 플로피디스크가 1.4메가바이트였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그것도 요긴하게 잘 썼다!) 상전벽해 수준을 넘어선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다. 쇼핑센터 음식점 서점 은행이 다 들어 있다. 깜빡 잊곤 하지만 정신을 차릴 때마다 놀라운 눈으로 쳐다본다. 그 누구도 믿지 않겠지만, 실제로 나는 자주 그런다. 물론 티는 내지 않지만.
자동차는 또 어떤가. 나를 어디든 (사실 이건 과장이다.) 편하게 데려다 준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날에도,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도, 심지어 뜨거운 태양빛에 세상의 모든 것이 땀흘릴 때도 아주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다. 비 한 방울, 땀 한 방울 볼 일 없다. (이것도 살짝 거짓말이다.) 녀석이 아니었다면 짐을 옮기는 것도, 즉흥 드라이브도, 심지어 어딘가 필요한 곳의 잠시 방문도 아주 어려웠겠지. 관리라고는 정기검사 정도 뿐인데 아직까지는 기름만 주면 잘 움직인다. 고맙다.
여름이면 괜히 알지도 못하는 노벨상을 들먹인다. 에어컨과 냉장고를 발명한 사람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고 주구장창 주장한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선풍기조차도 두지 않고 찬물샤워 후 방바닥에 붙어서 손부채를 하며 얼른 잠들기만을 바라며 지낸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런 신세계가 어디 있을까. 호감이다.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원리를 몰라도, 만들 수 없어도,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누리고 있는 혜택들이 너무나 많다. 늘 항상 언제나 당연하게도 비용이 들지만, 내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그것들을 돈이라도 주고 누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 아닐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각이 바뀌고 바라보는 범위가 달라진다.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많은 것들이 보인다. 어른이 되면 호기심이 사라진다던데 그게 모든 것에 대하여는 아닌 듯하다. 분명 무언가에는 호기심이 충만해진다. 물론 그 호기심이 탐구까지 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대신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관심과 욕구를 발전시켜 실현해내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나는 ‘아무나’니까. 그 최종 결과물들을 내가 직접 사용하게 되기까지 그들이 지나왔을 일련의 과정들을 상상하게 된다. 알지 못하지만 알 듯하여. 상상속의 그 사람들, 노력, 마음에 공감한다.
오늘도 많은 분들께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