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왜 이렇게 빠른 거야.’
서점과 시청을 거쳐 백화점까지 정신없이 쫓아간다.
'놓치면 안 돼. 놓치면 안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는 것. 그러면 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니 적당한 거리여야 한다. 평범한 행동을 해야 한다. 눈에 띄지 않도록, 눈에 띄더라도 기억에 남지 않도록.
조용한 추격을 시작한 지 세 시간째. 한적한 골목. 그가 통화하는 듯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 “내가 지나가는 걸 봤다고?” 갑자기 몸을 돌려 내 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아차, 몸을 숨길 곳이 없다. 눈이 마주친다. 식은땀이 흐른다. 알아보면 어쩌지? 심장이 요동친다. 그렇다고 뒤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그래 그냥 지나치자. 과감해야 한다.
그대로 직진하여 그를 지나친다.
알아봤을까? 이상하다 생각했을까? 호기심과 두려움에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돌아보면 끝이다.
마침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어 그리로 꺾어 들어간다. 그리고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야 했다. 우회전 후 질주, 다시 한번 우회전 또 질주. 사람들이 많아 빠르게 갈 수가 없다. 아니, 그래도 놓치면 안 된다.
저기, 저기에서 우회전을 해야 하나… 그 순간 그가 나왔다. 여전히 통화하며 내 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급하게 멈춘다. 심호흡을 한다. 자연스럽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가야 한다. 사람들 틈에 섞여서.
30미터. 왼쪽에서 온다. 나도 왼쪽으로 이동한다. 20미터. 그가 길 가운데로 옮긴다. 나 역시 가운데로 이동한다. 10미터. 다시 왼쪽. 슬쩍 고개를 숙인 채 나 역시 왼쪽으로 경로를 수정한다. 8미터. 그가 나를 발견한다. 5미터. 그가 살짝 경로를 이탈하려 한다. 3미터. 그가 왼쪽 어깨를 비튼다. 1미터. 모든 계산을 한 내가 그의 몸 반을 가로막고 왼쪽 어깨에 잔뜩 힘을 준다.
퍽.
“아이 씨.”
왼쪽 귓가에 들리는 그의 탄성.
‘이제 내 마음을 알겠냐?’
뒤돌아보지 않고 슬쩍 미소를 머금는다. 성공이다. 홀가분하다. 발걸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