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일반인의 사연을 들려주는 유튜브를 듣다가 유독 많이 나오는 표현을 발견한다.
“안녕하세요. 평소 사연을 즐겨 듣는 30대 남자입니다. 명문대는 아니지만 수도권의 4년제 대학을 나왔습니다. 현재 대기업은 아니지만 나름 건실한 중견기업에서 과장을 달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비록’ 명문대는 아니지만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나왔으며 ‘비록’ 대기업은 아니지만 건실한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다. 그렇다. ‘비록’이라고 했다.
하긴, 나 역시 그랬다. 직장을 잡았을 때 누군가 물어보면 배시시 웃으며 “작은 곳이에요.” 말했던 것 같다. 실제로 작은 곳이었지만 그때 내가 내뱉은 것의 의미는 규모가 작다는 의미보다 ‘별 것 아닌 곳’이라는 뜻에 가까웠다. ‘비록’ 명문대와 대기업이 아닌 것과 무엇이 다를까. 겸손이 격했다. 불행한 일이다.
나를 낮추는 표현이 있다. 존중한다는 뜻을 알리기 위해 상대를 높이는 것이다. 나를 낮추면 자연스레 상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종 그 겸손은 극을 달린다. 나를 낮추고 낮추다 나와 내가 이룬 것, 내 주변의 모든 것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지금껏 바라고 애쓰고 노력하여 이루어낸 모든 것이 하찮아진다.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고 싶거든 ‘내가 최고다’하며 다니면 안 된다. 누구도 저만 소중한 사람과 사귀고 싶어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나를 무한정 낮출 필요는 없다. 나를 낮춤으로써 그 사람을 높이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높이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이왕이면 너도 나도 높이는 것이 좋겠다. 너도 나도 소중하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실제로 나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