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말은 늘, 쉽다
트망
2024. 1. 30. 02:52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라고 말한다.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라고 한다. 무리하지 말고 계획을 세워 조금씩 조금씩 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고, 시간이 지나 습관이 될 것이며, 결국 나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나 건설적인 이야기인가!
그런데 왜 어른들은, 왜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가. 지금은 헤아리지 못할 거라는 것과, 아마도 매우 귀찮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척하며 얘기하지만, 사실은 나도 그것을 믿지 않는 것 아닌가. 아니면 나조차도 설득하지 못했다던지. 이 사실을 들킨다면 나는 공식적으로, 그저 말하고 싶어 하는 ‘꼰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내세울 거라고는 나이 하나 뿐인.
나이를 먹을수록 말이 쉬워진다. ‘해 보았’거나 ‘생각해 보았’다는 전제일까. 마치 나의 그것이 정답에 가깝다는 뉘앙스를 풍기곤 한다. 종종 그렇고, 그렇지 않으려고 해도 많이 그렇다. 일단 그런 상황이 되면, 상대방이 귀기울여 듣든 그렇지 않든,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뒤돌아보면 분명 부끄러울 일인데, 다음 또 다음에도 똑같다.
말이 너무 쉬워서, 말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한다. 쉽게 나가는 건 무게감이 없다. 분명 진중하지 못하다. 조금 느리자. 답답하더라도 책임질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말을 하자. 나의 말 대부분이, 사실은 쌓여 있는 무언가를 배출하는 것에 지나지 않음을, 말하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