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없는 실패
성공을 칭찬한다. 사람들도 뉴스도 드라마도. CEO, 교수, 검사, 의사, 인기 아이돌, 배우, 정치인. 백마탄 왕자는 아직도 유효한 듯 보인다. 소위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는 찾기 힘들다.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 않다. 성공이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듯하다. ‘대박’을 바라는 심리가 싹트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성공만 보이고 실패는 없는, 과정 따위는 개나 줘 버리는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도전해야 한다. 하지 않았던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에너지를 쏟아부어 시도한다. 그래서 성공한다. 우리가 항상 보고 듣는 성공 방정식이다. 반면 실패를 이야기하는 데는 매우 인색하다. 새로운 일을, 새로운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시도했으나 실패한 이야기는 해 주지 않는다. 우리 기준의 ‘성공한’ 사람보다 똑같이 노력하고 실패한 사람이 훨씬 많을텐데도 듣기 어려운 이야기다. 무엇이 나의 눈을 가로막는가.
그래서 많은 사람이 도전하지 않는다. 성공을 우러르는 세상이지만 도전을 권하지는 않는다. 되려 도전하려는 자를 끌어내리려 한다. ‘실패하면 인생이 끝’나기 때문이다. 실패란 곧 패배다. 그것이 무엇을 잃게 하는지, 정말 다시 일어설 수는 없는 건지 중요하지 않다. 그냥 끝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믿는다.
그렇게 도전을 의심하고 말리는 걸 보면, 내심 알고 있는 모양이다. 누구나 그렇게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때로는 나 역시 합세하는 세상의 달콤한 말들이 사실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거다.
세상의 거짓말만큼 중요한 다른 문제는, 도전을 업신여기는 태도이다. 성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나? 성공이 어려운 거지 불가능한 것인가? 실패하면 정말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혹시 도전조차 못하는 본인이 창피해서? 상대방이 정말 성공하면 부러울 테니?
성공에서 빛나는 것은 그 결과물만이 아니다. 도전, 두 번째 세 번째 시도, 수도 없이 겪었을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한 연구, 그리고 다시 도전 또 도전…. 새로움에 도전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 나아가는 과정 또한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들이 위대한 이유는, 수많은 시선을 견뎌냈다는 사실이다. 그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수많은 실패보다 어려운 것은 주변인들의 태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 말라는, 절대 안 될 거라는, 실패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할 거냐는 친구와 가족과 사이가 틀어졌을 수도 있다. 실패에 대한 불안함보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 무섭다. 그럼에도 앞으로 향한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