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빠른 시작과 느린 시작

트망 2024. 2. 12. 06:06

무언가를 이룬다는 혹은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 이루었을 때의 성취감. 다음 도전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주고 보다 가볍게 시작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렇다면 도전은 빨리 하는 것이 좋은가.

 

책을 만드는 이야기를 하는 책에서, 책을 너무 쉽게 만들지 말라고 한다. 책은 영원히 남는 것이라고. 실수, 부족함, 미숙함 등이 모두 담겨 있는 그것이 영원히 남을 거라고. 어쩌면 부끄러움까지. 그러니 섣불리 덤비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너무 빨리 쉽게 결과물을 만들어 내면 금방 후회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렇다면 도전은 보다 천천히 묵혀 둔 채로 고민해 보아야 하는 것일까.

 

빠른 도전은 대부분 준비가 부족하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 물론 고민의 양이 적어서 용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도 장점이라면) 빨리 실패한다.

 

하지만 모든 도전은 미숙하다. 거의 대부분의 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 혹은 능숙해진다. 어제는 이틀 전보다 나을른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오늘보다 못할 것이다. 한 걸음 늦춘 시도는 그 아쉬움을 줄여 준다. 그 부끄러움의 강도를 낮춰 준다. 그렇다면 더 천천히, 묵히고 묵힌 후에.

 

조금 더 완성도 있는 결과물, 조금 덜 부끄러운 행동을 추구해야 할까. 아니면 실패하더라도 조금 더 빠르게 한 싸이클을 경험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할까.

 

좋고 안 좋고를 말할 수는 없다.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할 뿐.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받아들이고 다루는 자세 또한 다를 테니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장점일 수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설득을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강요는 어렵다.

 

보통의 인간에겐 이것도 저것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두 방향으로 갈 수는 없는 일. 한 번에 하나의 방향만 허용된다.

 

더 이상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더 이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그럼에도 시도하고 싶다면, 그때는 도전해야겠지. 물론 완벽한 준비란 있을 수 없으니 적당한 지점에서 끊을 줄도 알아야 한다. 몸에 딱 맞는 운동복이 없어도, 신발끈이 제대로 묶이지 않아도, 심장박동으로 온 몸이 떨려도, 때론 달려야 한다. 그게 인생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