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못하는 한글 들리지 않는 말
한글인 듯 한글 아닌 한글 같은 글이 있다. 이렇게 어렵게 쓸 수도 있구나. 수많은 글쓰기 지침들에는 없는 기교다.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가르침을 주기 위해 쓴 글인가.
대표적으로 법의 조항들과 약관이 그렇다.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그래서 그것이 어떻다는 건지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안다. 용어 자체도 어렵고 한 문장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 문장들이 즐비하니 읽어 보기라도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목적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읽어 보기 싫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일단 성공이다. 만드는 사람도 읽어 보지 않아 어딘가의 약관을 오타까지 고스란히 베껴 오는 일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니다 싶지만.
지식의 공유에 문자 만한 것이 없다. 기록에 용이하고 말보다 정확하다. 문자가 권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러니 한글 창제가 더욱 대단한 일이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쓰게 되었다. 더 알게 되고, 더 똑똑해졌다. 전보다 빠르고 쉽게. 그렇게 조금이나마 권력이 분배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여전히 권력을 상징하는 글이 보인다. 전문용어, 한자어 혹은 잘 쓰지 않는 용어를 많이 넣는다. 단문을 지양하고 주술관계가 여러 개인 복잡한 문장을 만든다. 가능하다면 내용을 찾기 어렵게, 심지어 글자는 작게.
나누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걸 공유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적어도 공유하려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아야 할 그것을 의도적으로 숨기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너희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글로써 부각시키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 더 생각을 해 보자는 거다.
쉬운 단어, 간결한 문장.
그리고,
제발 좀 잘 보이는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