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꼭 맞는
난 여전히 외국 음식이 맛있다는 걸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한국 음식의 맛을 잘 안다는 건 아니지만… 외국에 있는 지금, 한국 음식의 맛이 월등하다는 건 알겠다. (주관적인 의견이다) 김치캔 참치캔 김 햇반 고추장을 늘어놓고 식사를 한 며칠 전 과식을 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 믿기지 않지만 여행 떠난 지 오늘로 10일밖에 되지 않은 때였다.
호기롭게 생각했다. 아니, 마음을 열어 보자 했다. 이제는 먹지 못하는 것의 맛좋음도 알게 되었으니까. 그렇게 실전에 들어왔는데 만만치 않다. 맛없음의 맛좋음을 아는 것은 일단 맛없음의 맛을 알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맛을 음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매번 어렵다.
거하게 술을 마신 다음 날, 한국에서는 해장을 위해 국을 먹는다. 해장국 한 그릇이면 속이 확 풀린다. 고추가루 반 스푼 넣은 뜨끈한 콩나물국은 또 어떤가. 하지만 외국의 해장은 또 다르다고 한다. 기막히다. 술을 마시고 국물이 아닌 다른 것을 먹는다니….
여기서 이런 말이 나온다. 그래도 한국 사람이면 해장국이지! 정말 그럴까?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다. 해외로 입양 간 어느 한국 사람도 해장을 햄버거로 하는 걸 보았다고. 우리가 느끼는 맛의 좋음과 나쁨은 주변 환경과 반복에 따른 적응이거나 순응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실제 몸의 변화라 해도 역시 적응과 순응의 범위라 생각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고도로 발달된 적응기관의 집합체인지도 모른다. 짜면 짠 것에 싱거우면 싱거운 것에 심지어 풍족하거나 적을 때조차 그것을 최고, 최선, 보통, 기본, 일반으로 여긴다.
지금껏 경험하고 다져온 나의 것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전부라거나 이것만 옳다거나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이것만이 나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