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으로의 여행
흐린 날이었다. 마당에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 아래에서 배를 깔고 앉아 있던 게스트하우스의 개 두 마리를 향해 마치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그러나 무심하게 “가자!” 말한 뒤 뒤돌아 걷기 시작한다. 기척이 없기에 안 오는가 보다 하면서도 이미 함께 다녀온 경험이 있기에 내심 기대하며 뒤를 돌아본다. 일정한 간격을 두며 개 두 마리가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비가 오기 시작한다. 장대비는 아니지만 우리의 몸이 흠뻑 젖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이날, 이미 알고 있던 것보다 내가 조금 더 요상한 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늘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낯선 곳으로 새로운 것을 만나러 다니는 것을 꿈꾼다. 조금 헤매도 좋다. 목적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니까. 그 낯섦 속에서 느끼는 약간의 긴장감이 좋다. 헤매이며 적응하는 역시 낯선 나의 모습까지.
이십대 초반, 그저 해외여행을 가 봐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일주일 간 중국에 다녀왔다. 만리장성에 가는 버스가 천안문 광장 근처에 있다는 정보만 가지고 그 주변을 배회한다. 지나가는 사람을 두세 번 붙잡아 물어물어 기어이 버스에 오른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창밖을 보다가 그럴싸한 곳이 보이면 내려야겠다 했지만 눈치 없는 눈꺼풀은 자꾸 아래로 쳐지고 있다. 의도치 않게 옆에 앉은 아주머니의 어깨에 부딪치곤 했는데 죄송하다는 나를 향해 그냥 기대고 자라는 제스쳐를 보여주신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이구나 느낀다.
낯선 곳으로 가면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이점은, 내 터전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내가 늘 있는 익숙한 이곳을 떠난다. 항상 하고 있던 생각에서도 잠시나마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조금은 자유롭게, 또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나와 그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더하여 세상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심적 여유도 생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여행지는 흔히 말하는 ‘근사한’ 곳일 필요가 없다.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근처 카페에 앉아 조용히 차 한 잔 하는 것도 여행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늘 여행과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며 놓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무엇을 놓쳤는지 무엇을 잡아야 하는지 보일 때가 있다. 몰라서 놓치는 열 가지와 알고도 선택적으로 놓아 버린 열 가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생각하고 움직이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숙명이다. 그것을 조금 더 잘하기 위한 약간의 기름칠이 삶을 사는 사이사이에 필요한 것이다.
낯선 생각을 하든지
낯선 방향을 보든지
낯선 곳으로 가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