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이정표
트망
2024. 3. 15. 22:19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매뉴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한다. 친구와 틀어졌을 땐 이렇게, 가족과 다툼이 생길 땐 요렇게, 적성을 찾을 땐 저렇게, 삶이 너무 힘들 땐…. 하나 하나 꼼꼼하게 적어 놓은 길잡이책 말이다.
물론 불가능하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수백 수천 페이지 이상은 될 테니까. 그 경우의 수는 점점 더 많아질 테고. 그럼에도 하나쯤 있으면 세상이 조금 쉬우려나 싶기도 하다. 알만한 사람은 아는 '전과' 처럼 필요할 때 (정말 필요한 때였는지는 의문이지만) 딱! 펼쳐 베낄 참고할 수 있도록.
세상에는 수많은 이정표가 있다. 자신이 걸어가는 길을 잘 닦아 놓은 사람, 과정을 기록하는 사람, 갈림길 앞에서 방향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 그들이다. 감사한 일이다. 물론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지금은 그때가 아니고 그 앞에 선 사람도 다르니까. 하지만 참고할 수는 있다. 그것을 가져와 자신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거면 족하다. 먼저 지나간 선배들이 자신의 족적을 ‘정답’이라 생각해서 남긴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한 삶을 살든 이정표 하나쯤 세우기를 희망한다. 내가 경험하는 길이 험난하든 평탄하든, 일반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 결과가 흔히 말하는 ‘성공’이든 ‘실패’든 상관 없이. 내 뒤에 오는, 혹은 내 발자국 위를 밟을, 어쩌면 내 앞을 걸어갈 이들이 참고할 만한 힌트를 줄 수 있다면 그것 참 기분 좋을 일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