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마음이 차분해지면 나를 설명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트망 2024. 3. 27. 14:09

다툼의 대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그러려고 한 것이 아닌데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런 의도가 아닌데 그렇게 보인 것이다. 내 마음과는 다른 길로 흐른 행동이나 상황으로 인해 곤혹을 겪는다. 억울함에 목놓아 울든 내 마음도 몰라준다며 토라지든 그런 건 다음의 문제이고.

 

그럴 땐 솔직해지는 게 좋다.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고. “그저 그렇게 보인 것”이라고. 나의 억울함과 상대방의 오해를 풀어야 하니까. 하지만 그 갑작스러운 상황은 나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만든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해야 할 일을 놓치게 된다. 그렇지 않다는 나의 본심조차 잊는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차분히 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진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나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지지 않을 뿐더러, 그 태도가 상대로 하여금 모든 것을 변명으로 보이게 만든다.

 

때론 상대에 따라 차분해질 수 있는 능력에 차이가 난다. 현재 상대와 나의 관계가 어떠냐에 따른 것이다. 손님과 직원, 학생과 선생님, 사장과 직원, 부모와 아이, 연인, 의사와 환자….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흔히 말하는 갑을 관계에서 내가 ‘을’일 때가 그렇다.

 

‘을’은 늘 긴장한다. 옳고 바른 일을 생각하기보다 ‘갑’의 기분을 따진다. 그것이 나의 오늘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진심이나 진실이 나오기 어렵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것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갑’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물론, 행여 진실과 진심을 말하더라도 ‘갑’은 변명으로 듣는다. 그것이 ‘갑’의 의도이든 아니든.

 

반면 ‘갑’은 그와 관련한 상황에 한결 마음이 편하다. 진실과 진심을 전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어떻게 전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내일 만날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을’에게 어떻게 표현할까 침대에서 뒤척일 일이 없다. 말할까 말까 정하기만 하면 된다. 오해를 풀고자 하는 말이든, 나의 잘못을 사과하는 것이든 상관 없다.

 

마음을 차분하게 갖지 못하는 이유는 나 자신을 ‘을’이라 생각해서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각 상황과 관계마다 우위에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직장은 이해할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는 가벼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갑을 관계는 그 외에도 무수히 많다.

 

나는 ‘을’이 아니다. 나는 상대방과 동등한 한 사람이다. 그 앞에서 내가 기죽거나 변명을 늘어놓을 이유는 전혀 없다. 나를 ‘을’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물질적 거래 관계가 아니라면, 그 사람은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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