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이었다. 마당에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 아래에서 배를 깔고 앉아 있던 게스트하우스의 개 두 마리를 향해 마치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그러나 무심하게 “가자!” 말한 뒤 뒤돌아 걷기 시작한다. 기척이 없기에 안 오는가 보다 하면서도 이미 함께 다녀온 경험이 있기에 내심 기대하며 뒤를 돌아본다. 일정한 간격을 두며 개 두 마리가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비가 오기 시작한다. 장대비는 아니지만 우리의 몸이 흠뻑 젖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이날, 이미 알고 있던 것보다 내가 조금 더 요상한 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늘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낯선 곳으로 새로운 것을 만나러 다니는 것을 꿈꾼다. 조금 헤매도 좋다. 목적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니까. 그 낯섦 속에서 느끼는 약간의 긴장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