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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못하는 한글 들리지 않는 말

한글인 듯 한글 아닌 한글 같은 글이 있다. 이렇게 어렵게 쓸 수도 있구나. 수많은 글쓰기 지침들에는 없는 기교다.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가르침을 주기 위해 쓴 글인가. 대표적으로 법의 조항들과 약관이 그렇다.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그래서 그것이 어떻다는 건지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안다. 용어 자체도 어렵고 한 문장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 문장들이 즐비하니 읽어 보기라도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목적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읽어 보기 싫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일단 성공이다. 만드는 사람도 읽어 보지 않아 어딘가의 약관을 오타까지 고스란히 베껴 오는 일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니다 싶지만. 지식의 공유에 문자 만한 것이 없다. 기록에 용이하고 말보다 정확하..

바람이 분다 2024.02.18

말은 늘, 쉽다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라고 말한다.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라고 한다. 무리하지 말고 계획을 세워 조금씩 조금씩 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고, 시간이 지나 습관이 될 것이며, 결국 나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나 건설적인 이야기인가! 그런데 왜 어른들은, 왜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가. 지금은 헤아리지 못할 거라는 것과, 아마도 매우 귀찮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척하며 얘기하지만, 사실은 나도 그것을 믿지 않는 것 아닌가. 아니면 나조차도 설득하지 못했다던지. 이 사실을 들킨다면 나는 공식적으로, 그저 말하고 싶어 하는 ‘꼰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내세울 거라고는 나이 하나 뿐인. 나이를 먹을수록 말이 쉬워진다. ‘해 보았’거나 ‘생각해 보았’다는 전제일까. 마치 나의 ..

바람이 분다 20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