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에 스포츠머리를 한,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남자아이들은 여자 담임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분명 어제까지는 초등학생이었는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학교의 기운을 받은 것인지 혹은 어떤 선배의 지도를 받고 와서는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초임이었던 그 선생님은 아이들과의 신경전에 꽤나 힘드셨을 것이다. 교실을 너무 지저분하게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그럴 거면 청소하지 마라” 했더니 교실은 금세 난장판이 되었다. 그 꼬맹이들의 행동이 순진함에서 오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무서워하기는커녕 히히덕거린다. 분명 선생님의 분노가 무색하리만치 아무 생각이 없었을 테지만, 인생의 반을 걷고 있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그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후회와 부끄러움 뿐이다. 그때 선생님의 마음을 알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