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다지 ‘남자답지’ 못하다. 살면서 그것을 뽐냈던 날은 열 손가락을 다 채우지도 못할 정도이니. 그중 하루는 신병훈련소에서 넉가래로 눈을 치우던 날이었다. 그곳을 나오던 날 받은 ‘조용하다’ ‘여성스럽다’ ‘남자다워져라’ 등의 말들만 가득한 롤링페이퍼 한 곳에 대충 이렇게 적혀 있었다. ‘눈을 치우던 그날 남자다웠다’고. 사회초년생이었던 어느 날이다. 사무실에 있는 몇 대의 컴퓨터를 연결해야만 했다. 나는 그 작업이 무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물론 지금도 잘 모른다). 상사의 작업에 보조라도 할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여성이었던 그분이 한참 구석에서 작업을 하다가 푸념인지 투정인지 한마디 한다. “사무실에 남자가 몇 명인데 이걸 내가 해야 하나….” 덧붙이기를 xx씨는 이것을 못 하느냐고 묻는다.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