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나 쓸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친구의 일은 무조건 도와야 하는 것이었다. 원체 관심도 많았고 또 좋기도 했으니. 같이 기뻐해 주고 같이 슬퍼해 주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에게 알리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사람이 좋았다. 특별히 경계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낯선 사람을 대할 때 눈을 잘 마주치거나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사람 앞에서는 늘 온 몸이 경직될 정도로 긴장했다. 그러면서도 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듯싶다. 두려움 속에서도 애써 피하지 않은 걸 보면. 이십대를 보내면서, 아마도 이러저러한 경험을 겪고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사람을 믿으면 실망할 일이 생긴다는 것, 그 누구도 내 마음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