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리다 3

그것 또한 틀리지 않다

틀린 것이 아니다 “저는 오이를 못 먹는데 오늘 한번 먹어 보려 합니다.” 호기롭게 오이를 집은 그 병사는 오이를 한 입 물고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녀석이 이상하게 보였다. 앞뒤 없는 그 말과 행동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벙벙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도대체 뭐지?’ 했다가 ‘뭔 놈이 오이를 먹고 헛구역질을 하냐’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근처에서 다른 녀석이 우유에 밥을 말아먹고 있었다. 우유에 밥이라니…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세상에는 이해 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날의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이해해 보려고 했다. 아는 것이 많거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바람이 분다 2024.03.01

다름, 틀림, 선택

가치관은 강요할 수 없다. 같은 것을 대할지라도 그에 대한 중요성은 제각각이며 또한 추구하는 길도 다른 게 당연하다. 하지만 너무나 자주 나의 가치관을 주입한다. 은근히 하는 것도 아니다. 부끄러워 얼굴을 감쌀 정도다. 딱 한 번만 다시 생각했어도 절대 그러지 않았을 행동이다. 하지만 그 한 번의 멈춤을 하지 못하고 내질러 버렸다. 어제도 오늘도. 누군가의 보호 아래 모든 것을 해결하던 시기를 벗어나면서부터 세상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중 하나가 정치다. 물론 정치를 잘 모르지만 그것 하나 하나가 나의 삶과 관련이 있음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곳은 ‘대립’이 가장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보다는 비방이 앞선다. 의견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상대의 허물을 물어뜯는다. 실제로 그것..

바람이 분다 2024.02.22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

이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없음이 ‘화’로 나타난다고 정재승 교수는 말한다. 오호! 무릎을 탁 쳤다.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은 통제하고 싶다는 욕구 다음일 테니.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물론 그것을 어떻게 발산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세상의 많은 다툼은 그것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는 사람도 포함될 테니까. 그렇다고 통제하고 싶은 대상에게만 그것을 풀어놓지는 않는다. 통제하고자 하는 그것이 사람이 아닐 때, 혹은 내가 어떤 지랄을 해도 꿈쩍하지 않는 사람일 때 우리는 다른 대상을 찾기도 한다. 그것에 반응하는 사람으로. 가장 좋은 건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 지금 떠오른 그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화를 표출한다 한들 그것이 해결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화를 ..

바람이 분다 202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