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곧 죽으면 어쩌지?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혹시나 금방 죽으면 어쩌지? 난 여전히 삶에 미련이 많은데 곧 끝나면 어쩌지? 받은 것만 많고 베푼 건 별로 없는데 이대로 사라진다면, 소멸의 두려움은 둘째 치고 너무 미안해서 나는 어쩌지?
말도 안 되는 상상은 아니다. 내년 혹은 내일, 어쩌면 오늘 죽는다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니. 개인으로는 비극일지언정 세상 많은 사람의 눈에는 그저 ‘한 사람의 죽음’일 뿐이니까. 항상 누군가는 죽는데, 오늘은 ‘저 사람’ 하나가 포함된 거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나 역시 다른 이의 죽음을 그렇게 대하고 있으니 잘 안다. 안타까워 하지만 슬픔에 잠기지 않는다. 그런 일 없기를 바라지만(물론 그럴 수는 없다.) 반복되는 죽음에 크게 놀라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타인의 죽음조차 그저 일상이다.
죽음이 두렵다.
다리에서 떨어졌을 때 물이 흐르지 않아 살았고, 물에 휩쓸릴 때 늘어진 나무가지를 잡아 살았고 떨어진 창틀이 눈앞에 안착해 살았다. 어쩌면 횡단보도에서, 어쩌면 운전 중에, 어쩌면 운동을 하다가 그것이 나를 살짝 비껴 갔기에 살았는지도 모른다. 가까스로. 아주 먼 데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살아있음과 한 끗 차이다. 누군가의 비극 누군가의 일상인 그것이 조금 늦게 오기를 바랄 뿐이다. 내 뜻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오늘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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