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때우기 위해 서점으로 들어간다. 누군가의 지식, 삶, 정체성이 담긴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책을 집어든다. 내용은 짧았고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차마 차근차근 읽을 수 없었다. 잠깐 훑어보고 이내 덮어버린다. 내가 늘 그런 사람은 아닌데,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날의 내가 기억났다. # 도서대여점에 들어간 중학생이 책을 고른다는 명목 하에 두어 권의 만화책을 읽어 버린다. 다음 권 하나를 집어서 300원을 내고 나온다. 뿌듯하다. # 여행 중 마주친 야크(yak) 앞에서 자연스럽게 셔터를 누른다. 옆에 서 있던 주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내민다. 당당히 사진을 지우고 그를 지나친다. 역시 난 쿨하다. 지금보다 어렵고 어렸던 시절일지라도 후회되지 않는 건 아니다. 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