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댁에 들르면 온갖 채소를 받아 온다. 깻잎, 무, 양파, 고추, 상추, 대파, 쪽파, 감자, 마늘, 고구마…. 계절에 맞는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축복임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 어렸을 땐 파, 마늘을 좋아하지 않았다. 맵고 아리기만 한 걸 먹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김치에도 들어가고 찌개와 국에도 빠지지 않았지만 익숙해질리 없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게 가풍이었기에 가능한 모두 먹으려 했지만, 사실 슬쩍 빼 놓고 싶었던 적이 많다. 스물넷 여름이었다. 친구와 길을 가다 고개를 돌렸는데 종이에 적힌 큼지막한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콩국수 개시” 기억하기로 음식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먹고 싶다고 생각한 첫날이지 싶다. 웃긴 건 이전에 콩국수를 사 먹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