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맛을 알게 되어서 좋다

트망 2024. 4. 6. 17:59

부모님댁에 들르면 온갖 채소를 받아 온다. 깻잎, 무, 양파, 고추, 상추, 대파, 쪽파, 감자, 마늘, 고구마…. 계절에 맞는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축복임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

 

어렸을 땐 파, 마늘을 좋아하지 않았다. 맵고 아리기만 한 걸 먹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김치에도 들어가고 찌개와 국에도 빠지지 않았지만 익숙해질리 없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게 가풍이었기에 가능한 모두 먹으려 했지만, 사실 슬쩍 빼 놓고 싶었던 적이 많다.

 

스물넷 여름이었다. 친구와 길을 가다 고개를 돌렸는데 종이에 적힌 큼지막한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콩국수 개시” 기억하기로 음식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먹고 싶다고 생각한 첫날이지 싶다.

 

웃긴 건 이전에 콩국수를 사 먹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거였다. 실제로 콩국수를 본 횟수도 손에 꼽을 것이다. 그런데도 먹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뿐만 아니다. 제대 후 지방으로 일을 하러 가서 서산 육쪽 마늘장아찌를 먹었을 때, 김장 때 외삼촌이 가져오신 굴을 먹었을 때는 알았지만 알지 못했던 ‘맛’을 보았다.

 

전보다 맛을 더 많이 느끼게 된 것일까.

이게 바로, 어른이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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