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3

영원한 적은 없다

간이나 쓸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친구의 일은 무조건 도와야 하는 것이었다. 원체 관심도 많았고 또 좋기도 했으니. 같이 기뻐해 주고 같이 슬퍼해 주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에게 알리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사람이 좋았다. 특별히 경계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낯선 사람을 대할 때 눈을 잘 마주치거나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사람 앞에서는 늘 온 몸이 경직될 정도로 긴장했다. 그러면서도 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듯싶다. 두려움 속에서도 애써 피하지 않은 걸 보면. 이십대를 보내면서, 아마도 이러저러한 경험을 겪고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사람을 믿으면 실망할 일이 생긴다는 것, 그 누구도 내 마음과 ..

바람이 분다 2024.03.15

사랑과 상처의 역학관계

오늘도 당신과 나는 누군가로 인해 아니, 엄밀히 말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다.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렇게 마음이 다치면, 당신과 나는 짜증을 낸다. 화를 낸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그 상처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아물 수는 있지만, 지금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는 있지만, 그것 자체를 없던 일처럼 만들 수는 없다. 관계는 어느 정도의 상처를 동반한다. 친구, 형제, 부부, 직장동료 누구든 마찬가지다. 자의든 타의든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어떤 규칙과 약속으로 이루어진 집단이기 때문이다. 규칙과 약속을 구성원 모두가 철저하게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순간의 귀찮은 마음이, 본질적인 악랄함이, 개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규..

바람이 분다 2024.02.18

몰라서 다행이다

도대체 어떤 마음이면 사람을 상대로 저렇게 가혹하게 군단 말인가.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깊으면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 하는 것인가.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기에 이렇게도 대하기가 어려울까. 요 독특한 녀석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간혹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고 싶어질 때가 있다. 저 안에 있는 것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면, 그 의미가 소리로 변하여 내 귀까지 전해진다면 어떨까. 솔직해질 때까지 기다릴 일도 없고, 나의 뜻하는 바와 다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다. 그저 오감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관계를 맺는 행위는 단순해질 것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면 되고,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으면 된다. 상대 역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 되고, 원하지 않는 것은 할 필요가 없다. 부정을..

바람이 분다 202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