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싸울 때 난, 바보가 된다. 이 상황 자체가 나 때문이라고 해서 그렇다. 나 때문이라니 일단 미안하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찾는다. 왜 그랬냐 자책을 한다. 그런 정리의 시간 속에서 나는 바보가 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왜’라는 의문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것이 왜 잘못인가.’,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가.’ 이때부터는 나도 살짝 도끼눈을 뜬다. 말을 멈춘다. 조금 억울해지기 시작한다. 이내 머리속을 헤집으며 아내의 잘못을 찾는다. 똑같은 잘못을 했던 아내를 기억해내려 한다. 지금과 다른 행동과 말을 한 적은 없는지 돌아본다. 이거다 싶은 것을 찾은 후에는 그것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방법을 찾는다.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그러고 있다. 반박하지 못하도록 문장을 다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