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실은 국민학생이었다…) 시절은 너무나 즐겁기만 했다. 굳이 논길로 들어가 길 아닌 곳으로 학교에 간다. 짧은 거리였지만 나름 할 게 많았다. 등하굣길 중간에 있는 곳집(상여와 그에 딸린 도구를 넣어 두는 창고 같은 곳)에 귀신이 산다는 아이들 사이의 소문을 듣고 두려운 마음에 냅다 뛰어 지나간다. 안개가 자욱한 가을 아침, 늘어져 있는 풀에 앉아 있는 잠이 덜 깬 듯한 잠자리를 살짝 잡아 옷에 앉게 하고는 학교까지 걸어간다. 날개가 젖어 있어 당장은 날아가지 못하니까 왠지 나를 따르는 느낌을 받으며. 학교에 가는 동안 안개가 걷히고 해가 나기 시작하면 날개가 마른 잠자리들은 하나 둘 날아가 버린다. 학교에 도착하면 교실에 가방을 두고 운동장을 누비고 다닌다. 수업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