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데 아내에게 물어봐 주시겠어요?” 나의 머리를 만지려던 디자이너는 저쪽 자리에서 머리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다녀온 후 가위를 든다. 남편은 아내에게 묻는다. 무엇을 사 와야 하는지, 어떤 걸 먹고 싶은지, 어떤 옷을 입는 게 나은지, 머리는 어떻게 깎는 게 좋은지. 아내는 대부분 꼬박꼬박 일러 준다. 원하는 바가 있으므로. 물론 귀찮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물어 봐야 하는가. 물건을 사러 보냈는데 전화해 사야 할 것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 “이럴 거면 내가 가지.” 하기도 하고.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들으려 한다. 어느 브랜드의 어떤 캐찹을 몇 개 사야 하는지, 지금 정확히 무엇을 먹고 싶은지, 내가 어떤 옷을 입고 머리를 어떻게 깎는 것이 보기도 좋고 어디 내 놔도 그나마 봐 줄 만한지 의견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