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장소에 거의 다 왔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1km도 안 되는 직선거리를 가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물론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집에 가는 길.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광경을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차들이 기어가고 있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차가 미끄러졌다. 조금이라도 경사가 있는 곳엔 바퀴가 헛돌아 제자리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차들이 보인다. 바짝 긴장한다. 가까스로 내가 갈 방향의 주 도로로 들어섰을 때, 나는 진짜와 마주했다. 건물 하나 없는 그곳은 사방이 하얀 세상이었다. 두껍게 쌓인 눈은 밟히고 밟혀 땡댕 얼어 있었는데 그 위에 계속해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차선은 없는 것과 같으니 차들의 방향이 제각각이다. 거기다 얼어붙은 바닥은 울퉁불퉁하다. 미끄럽고 울퉁불퉁한 도로라니 정말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