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려고 하는가. 이 귀찮은 것을 왜 하고자 하는가. 아마도 나는 무언가 일목요연하게 적어내려감으로써 만족감을 얻는 듯하다. (물론 손가락을 들어 가볍게 두드리는 것만으로 글자가 완성되는 것보다야 펜을 들고 슥슥 써내려 가는 것에서 더 큰 기쁨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 만족보다 귀찮음이 더 크니 과감히 양보한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다. 내 머리를 박차고 나와 지면 혹은 화면에 글자라는 형태로 정렬된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곤 한다. - 곧잘 잊는다. 사야 하는 것, 챙겨야 하는 것, 해야 하는 일을 잊는데 선수다. 어제 먹은 반찬을 기억하는 것도 나에게는 일이다. 물론 그 정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니 더욱 큰 문제다. 내가 가졌던 생각, 내가 가지려는 다짐도 잊어버린다. 어느 날 무언가에 꽂혀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