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려고 하는가.
이 귀찮은 것을 왜 하고자 하는가.
아마도 나는 무언가 일목요연하게 적어내려감으로써 만족감을 얻는 듯하다. (물론 손가락을 들어 가볍게 두드리는 것만으로 글자가 완성되는 것보다야 펜을 들고 슥슥 써내려 가는 것에서 더 큰 기쁨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 만족보다 귀찮음이 더 크니 과감히 양보한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다. 내 머리를 박차고 나와 지면 혹은 화면에 글자라는 형태로 정렬된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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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잘 잊는다. 사야 하는 것, 챙겨야 하는 것, 해야 하는 일을 잊는데 선수다. 어제 먹은 반찬을 기억하는 것도 나에게는 일이다. 물론 그 정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니 더욱 큰 문제다. 내가 가졌던 생각, 내가 가지려는 다짐도 잊어버린다. 어느 날 무언가에 꽂혀 앞으로의 태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어떤 기시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같은 고민을 반복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건 굉장히 불쾌한 일이다. 쓰면서 한 번 더 머리에 꽝꽝 새겨 본다.
생각이 늘 뒤죽박죽이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정리가 안 된다. 어쩔 수 없다. 정리를 위해서는 적어야 했다. 적어보면 알게 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가져가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버려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어떤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보인다. 그러면 보완이 가능하다. 조금 더 논리적인 모습을 갖춘다.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귀찮음만 이기면 되겠다.
그렇다면 이제는,
귀찮음을 이기는 방법에 대해 써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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