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법조계 사람을 만나 볼 일이 없었다. 내 잘못이든 억울한 일이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훔치고 속이고 해한다. 뉴스만 보면 내가 사는 이 세상은 너무나 무서운 곳이다. 교통사고도 많고 사람 사이의 갈등도 허다하니 어디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되는 건가 과장 섞어 우려스러운 마음까지 생긴다.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아무 일 없을 리 없다. 그저, 좋지 않은 일들이, 매우 이기적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만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 앞에 펼쳐질 가능성은 늘 존재하니까. 지금까지 나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순전히 운이었을지도. 조금 후에, 또 내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법이 있으니까… 생각하다가도 사실 크게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법은 나를 지켜줄 수 있는가.’
법의 제정과 집행에 관련한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문외한이며 특별한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법이 과연 모두에게 공정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일까’ 의아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당사자들은 변호사부터 찾는다. 그것도 가능한 비싼 변호사를. 수임료가 비싼 변호사가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쯤은 경험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통상적으로 가격이란 시장에서 차지하는 어떤 위치를 뜻하는 것이고, 고로 비싼 변호사가 나를 더욱 유리한 곳으로 이끌 것이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사고하지 않아도 된다. 직접적인 경험이 없더라도 영화나 드라마 혹은 뉴스를 통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 능력이다. 그 능력에 인맥이나 전관예우 같은 것들이 포함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이런 등식이 성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임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변호사 = (상대적으로) 높은 승소 확률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다음의 등식도 성립할 것이다.
수임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변호사 = (상대적으로) 낮은 승소 확률
근래에 들어 개인적으로 의아한 지점은 이 ‘변호사 수임료’다. 돈이 많을수록 더 비싼 변호사를 쓸 수 있다. 당연히 돈이 적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변호사를 쓸 수밖에 없다. 물론 가장 저렴한 비용도 부담이 되는 경우도 많아 국선변호사를 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확신할 수도 없고 그 제도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되는데 국선변호사를 쓰고자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대한민국헌법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다. 그래서 누구에게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고 하는 걸까. 하지만 얼마나 능력 있는(혹은 비싼 수임료의) 변호사를 데려올지는 각자의 몫이다. 정말로 지불할 수 있는 돈의 양만큼 승소할 확률이 높아진다면 과연 어느 누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을 믿겠는가. ‘돈 앞에 평등하다’면 모를까. 정말로 법이 평등해지려거든 누구든 부담 없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 모든 변호사가 국선이라면 어떨까. 개개인의 능력 차이는 당연히 있겠지만 적어도 ‘없어서’ 억울해지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까.
무지한 자의 끄적임이라 오해가 생길 수 있겠다. 특정 집단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모든 생업은 소중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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