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교육의 목적

트망 2024. 1. 14. 02:26

결혼을(어쩌면 결혼식을) 준비할 때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상견례뿐이었다. 물론 그런 것이 있다는 것 정도였지만. 어디의 어떤 음식점에서 어느 정도 가격대의 음식을 예약해야 하는지 지인에게 묻기도 했고 인터넷 검색도 수없이 해 보았다. 사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예식장 예약도 해야 했고 스튜디오 촬영도 해야 했으며 식사 인원 수도 알려 주어야 했다.

 

살다 보면 이런 일들이 허다하다. 대출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 전세든 월세든 부동산 거래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집은 어떻게 살펴봐야 하고 또 계약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가. 돈은 어떻게 지불해야 하는가.

 

이사도 그렇다. 이 이사가 생각보다 복잡해 보인다.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의 관리도 마찬가지다. 전등은 어떻게 갈아야 하는지, 고장난 콘센트는 어떻게 수리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자동차는 또 어떤가. 워낙에 문외한이고 깊게 관여할 생각도 없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알아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엔진오일은 언제 갈아야 하는지, 타이어는 마모 상태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타이어는 어떻게 갈아야 하는지, 워셔액은 어떻게 넣는지,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알아 두면 두고두고 쓸모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위의 모든 것들을 그때마다 하나 하나 배워갔다. 아니, 하나 하나 찾아야 했다. 처음이었으니까. 사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몰라 헤매는 게 일이었다. 전세 계약을 할 때는 정말 불안했다. 나름대로 중복 체크하며 어찌어찌 계약을 진행했다. 제대로 한 건가 싶은 불안한 마음을 ‘어차피 부동산이 끼어 있으니까 괜찮을 거’라며 억지로 잠재웠다. ‘선배들도 모두 이런 과정을 겪었겠구나’, ‘앞으로 나의 인생 후배들도 똑같은 과정을 걷겠지’ 생각이 들어 왠지 씁쓸했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도대체 학교에서 뭘 배운 걸까. 국어, 수학, 역사…. 물론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이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고 꾸려 놓은 과목들이겠지. 그런데 왜 이런 것들은 안 가르쳐 주는 것일까. 어차피 학교라는 곳은 앞으로 잘 살아가기 위해 능력을 키우는 곳이 아니던가. 그러면 우리 일상에 필요한 기술들도 좀 알려주면 안 되는 걸까. 결혼, 임신, 피임, 계약, 전기, 세금, 자동차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게 되는 것들에 대한 것은 왜 짚어 주지 않는 걸까.

 

물론 모든 것을 가르쳐 줄 수는 없다. 기초적인 것을 가르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말할 수도 있고. 하지만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일까.

 

나의 의견이 전문가의 그것과는 많이 다를 테지만,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심오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불편하고 아쉬운 건 사실이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일들이 산재해 있는데 마주할 때마다 처음부터 배워 나간다는 건 뭔가 좀 그렇다. 여전히.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