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3

나를 사랑하다

삶에 우여곡절이 많았던 건 아니다. 더 나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애썼느냐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있는 지금 이 자리에 대충 있지는 않았다. 더 나아지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을 유지하고는 싶었다. 그 모습 혹은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전혀 몰라주는 사람도 많이 만났다. 하지만 그런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 나 자신에게 인정 받지 못했으니까.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켰을 뿐이니 그것을 인정할 수는 없었다. 따스히 보듬어 주지 않았다. 자기객관화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따스히 대함이 행여나 우쭐함으로 나타나 타인에게 질타를 받을까 하는 우려에 하게 된 나름의 보호였을까.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미움이었을까.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이 없었다. 돈이 없어서 힘..

바람이 분다 2024.03.03

사랑과 상처의 역학관계

오늘도 당신과 나는 누군가로 인해 아니, 엄밀히 말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다.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렇게 마음이 다치면, 당신과 나는 짜증을 낸다. 화를 낸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그 상처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아물 수는 있지만, 지금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는 있지만, 그것 자체를 없던 일처럼 만들 수는 없다. 관계는 어느 정도의 상처를 동반한다. 친구, 형제, 부부, 직장동료 누구든 마찬가지다. 자의든 타의든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어떤 규칙과 약속으로 이루어진 집단이기 때문이다. 규칙과 약속을 구성원 모두가 철저하게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순간의 귀찮은 마음이, 본질적인 악랄함이, 개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규..

바람이 분다 2024.02.18

반려동물

스무살 가을, 알바를 가던 길이었다. 한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안고 마주온다. 때마침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던 아저씨가 그 옆을 지나치며 한소리 한다. “지 자식이나 잘 돌볼 것이지.” 싸움이 일어났다. 나였어도 발끈했을 것이다. 무엇에 관하여든, 아무리 개인적인 의견이 있다 해도, 그런 방식으로 들어오는 건 언제나 불쾌한 일이니까. 막무가내로 우기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내 생각이다), 나 역시 집 안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집 안에 날릴 수많은 털, 멍멍 야옹 짹짹거리는 소리, 온갖 냄새, 뒤치닥거리까지. 동물을 집에 들이는 것도, 그 동물을 애지중지 키우는 것도 영 께름칙했다. 가족들에게도 저 만큼의 정성을 쏟을까 의구심을 갖기 일쑤였다. 싸우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나름 강경..

바람이 분다 202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