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2

어른스러움

남들보다 차분하고 싶었다. 남들보다 생각이 깊었으면 했다. 남들보다 더 멀리 보길 원했다. 아마도 나는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바란 것 같다. 어른스럽다는 말은 칭찬이었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들었을 때, 해야 할 일을 잘 할 때, 시키지도 않은 일을 먼저 해낼 때 어른들은 자랑스럽게 혹은 기특해하면서 “어떻게 이런 어른스러운 짓을 했대~” 말씀하셨다. 아이는 뿌듯했고 앞으로 해야 할 ‘어른스러운’ 행동을 상상한다. 어른의 눈으로 조카를 본다. 역시 어른스럽다. 하지만 문득, ‘이것이 과연 괜찮은 걸까?’ ‘이것이 옳은 것일까?’ 고맙지만, 대견하기도 하지만, 대단히 안타깝다. ‘어른스럽다’는 말은 대부분 칭찬이다. 그렇다면 ‘아이스러움’은 혼날 일일까? 칭찬의 반대가 꾸중은 아니니, 그럼 ‘아이스러..

바람이 분다 2024.04.06

작은 사람

순종적인 아이. 집을 잘 보라(대충 집을 잘 지키라는 얘기다. 예나 지금이나 꼬맹이가 수행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하니 유치원도 가지 않고 집을 지킨다. 강은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하여 저학년일 때는 어른 없이 강에 간 적이 없다. 인사를 잘 하는 건 기본이요 말대꾸 같은 것은 생각도 못했다. 권위적인 집안이어서가 아니다. 어른들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는 게 아이였다.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조차. 그 시절 말 잘 듣는 아이들이 꽤나 많았던 것 같다. 눈과 발이 닿는 곳까지가 아이의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다지 답답하지 않았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따르고 어린아이로서 어른들의 말에 토달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옳지 않다’거나 ‘늘 옳은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바람이 분다 202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