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차분하고 싶었다. 남들보다 생각이 깊었으면 했다. 남들보다 더 멀리 보길 원했다. 아마도 나는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바란 것 같다.
어른스럽다는 말은 칭찬이었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들었을 때, 해야 할 일을 잘 할 때, 시키지도 않은 일을 먼저 해낼 때 어른들은 자랑스럽게 혹은 기특해하면서 “어떻게 이런 어른스러운 짓을 했대~” 말씀하셨다. 아이는 뿌듯했고 앞으로 해야 할 ‘어른스러운’ 행동을 상상한다.
어른의 눈으로 조카를 본다. 역시 어른스럽다. 하지만 문득,
‘이것이 과연 괜찮은 걸까?’
‘이것이 옳은 것일까?’
고맙지만, 대견하기도 하지만, 대단히 안타깝다.
‘어른스럽다’는 말은 대부분 칭찬이다. 그렇다면 ‘아이스러움’은 혼날 일일까? 칭찬의 반대가 꾸중은 아니니, 그럼 ‘아이스러움’은 그냥 그런 것일까? 오히려 ‘아이스러움’이 더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평균의 또래와 다르게 깊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다면 나 역시 안아 주고 칭찬해 주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걱정스럽다. 배려심 넘칠까봐, 시끄럽게 하지 않으려 조심할까봐, 흘리지 않기 위해 노력할까봐, 말을 가려 가며 할까봐.
예쁘면서도 안쓰러운 이 마음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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