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4

일상의 소중함에 대하여

반복되는 것들에 매번 의미를 되새길 수는 없다. 반복은 익숙함을 만들고 익숙함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을 거라 믿는 대상에 의미를 두고 소중히 다루기는 쉽지 않다. 매일 겪는 일상에 항상 의미를 두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삶에 대한 ‘선수’라 부르겠다. 반복되는 것을 향해 ‘지루하다’고 말하곤 한다. 따분하다. 싫은 마음이 생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늘상 있는 일이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거나 몸에 긴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어쩌면, 그래서는 안 될지도 모른다. 시시각각 그랬다가는 몸과 마음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지루함을 지루함만으로 남겨 두는 건 무언가 놓치는 것과 같다. 익숙하고 지루하다는 것이 나에게 필요없다..

바람이 분다 2024.03.15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세상에서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 '오래'가 '영원'으로 바뀌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매우 자연스럽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릴때부터 종종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에 의한 죽음, 주변의 죽음을 통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상상해 본다.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 반드시 벌어질 일들이기에 생각만으로 가슴이 답답해 온다. 슬프고 두렵다. 그들 모두가 내곁에서 영원히 살았으면.... 나의 의미가 되어버린 그들을 두고 상상해 본다. 나 역시 이 세상에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 죽음 이후가 있다고 한들, 지금껏 내가 알던 세상은 사라지는 것이니까. '영원'에 대한 욕망이 극대화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며 ..

바람이 분다 2024.03.15

다름, 틀림, 선택

가치관은 강요할 수 없다. 같은 것을 대할지라도 그에 대한 중요성은 제각각이며 또한 추구하는 길도 다른 게 당연하다. 하지만 너무나 자주 나의 가치관을 주입한다. 은근히 하는 것도 아니다. 부끄러워 얼굴을 감쌀 정도다. 딱 한 번만 다시 생각했어도 절대 그러지 않았을 행동이다. 하지만 그 한 번의 멈춤을 하지 못하고 내질러 버렸다. 어제도 오늘도. 누군가의 보호 아래 모든 것을 해결하던 시기를 벗어나면서부터 세상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중 하나가 정치다. 물론 정치를 잘 모르지만 그것 하나 하나가 나의 삶과 관련이 있음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곳은 ‘대립’이 가장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보다는 비방이 앞선다. 의견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상대의 허물을 물어뜯는다. 실제로 그것..

바람이 분다 2024.02.22

입력과 출력

아주 열과 성을 다하여 공부해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간혹 있기는 했으나 기간은 언급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짧다. 어려서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으니까.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으면 잘 따르지 않았으므로 더더욱 ‘열심히’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하고 있는 우리 애’는 내가 아니었으니 특별히 억울할 건 없다. 고등학생 시절, 수업시간 내내 필기를 하는 수업이 있었다. 화학이었다. 그림인지 글자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뒤섞인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받아적는다. 녹색 칠판을 두 번 세 번 지워가며 필기를 하시는 선생님. 수업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것 말고는 무엇 하나 공유할 수 없는데도 그 선생님의 얼굴이 어렴풋이나마 기억난다는 게..

바람이 분다 20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