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것들에 매번 의미를 되새길 수는 없다. 반복은 익숙함을 만들고 익숙함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을 거라 믿는 대상에 의미를 두고 소중히 다루기는 쉽지 않다. 매일 겪는 일상에 항상 의미를 두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삶에 대한 ‘선수’라 부르겠다.
반복되는 것을 향해 ‘지루하다’고 말하곤 한다. 따분하다. 싫은 마음이 생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늘상 있는 일이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거나 몸에 긴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어쩌면, 그래서는 안 될지도 모른다. 시시각각 그랬다가는 몸과 마음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지루함을 지루함만으로 남겨 두는 건 무언가 놓치는 것과 같다. 익숙하고 지루하다는 것이 나에게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변치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을 뿐이다. 해 봐야 입아프고 귀아프니까.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것의 진짜 의미를 잊게 된다는 게 문제다.
가끔은 일상의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의식하지 않아도 숨을 쉬는 나의 몸을 관리하자. 지저분한 곳을 기꺼이 걸어갈 수 있게 해 주는 운동화에 감사하자. 언제 어디서든 소통 가능하게 해 주는 휴대폰을 보고 감탄하자. 나를 돌봐 주는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하자. 손을 뻗고 몸을 돌리면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1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게 없다.
잘하자.
망가지기 전에, 떠나기 전에, 사라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