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세상에서

트망 2024. 3. 15. 22:12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 '오래'가 '영원'으로 바뀌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매우 자연스럽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릴때부터 종종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에 의한 죽음, 주변의 죽음을 통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상상해 본다.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 반드시 벌어질 일들이기에 생각만으로 가슴이 답답해 온다. 슬프고 두렵다. 그들 모두가 내곁에서 영원히 살았으면.... 나의 의미가 되어버린 그들을 두고 상상해 본다.

 

나 역시 이 세상에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 죽음 이후가 있다고 한들, 지금껏 내가 알던 세상은 사라지는 것이니까. '영원'에 대한 욕망이 극대화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며 어떻게 사람이 저런 짓까지 할 수 있을까 역겨워하지만, 정작 내 앞에 그런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과연 나는 과감히 뿌리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 행동을 부추기는 것이 삶에 대한 의지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든.

 

죽음이 없는 삶이 행복할까 묻는다면, 그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죽지 않는 삶에서는 삶에 대한 소중함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늘 곁에 있는 것'에는 항상 그랬다. 무한정 같은 수준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시간으로나 그 양으로나 충분히 익숙해졌으므로. 삶 또는 목숨이라고 부르는 그것도 다를 바 없다. 병에 걸릴 일이 없다면, 늙지 않는다면, 죽지 않는다면 삶에 대해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까? 존재한다한들 적어도 '산다'는 것이 소중해지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삶은 곧 무의미하다며 되려 인위적으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갈망하는 그것을 채우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부족함에서 그 소중함을 느낀다. 유한하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스스로 충분하다고 느낄 만큼의 시간을 살지 못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더욱 조심하게 된다.

 

해야 할 일은, 유한한 삶 속에서 무한함을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살아야 한다면, 살고자 한다면 말이다.

'바람이 분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원한 적은 없다  (1) 2024.03.15
낯선 곳으로의 여행  (0) 2024.03.15
발상의 전환  (2) 2024.03.15
스승의 은혜  (2) 2024.03.05
언제나 공부가 필요한 세상에서  (2) 202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