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

일상의 소중함에 대하여

반복되는 것들에 매번 의미를 되새길 수는 없다. 반복은 익숙함을 만들고 익숙함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을 거라 믿는 대상에 의미를 두고 소중히 다루기는 쉽지 않다. 매일 겪는 일상에 항상 의미를 두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삶에 대한 ‘선수’라 부르겠다. 반복되는 것을 향해 ‘지루하다’고 말하곤 한다. 따분하다. 싫은 마음이 생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늘상 있는 일이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거나 몸에 긴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어쩌면, 그래서는 안 될지도 모른다. 시시각각 그랬다가는 몸과 마음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지루함을 지루함만으로 남겨 두는 건 무언가 놓치는 것과 같다. 익숙하고 지루하다는 것이 나에게 필요없다..

바람이 분다 2024.03.15

건강한 어느 날

문득, 곧 죽으면 어쩌지?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혹시나 금방 죽으면 어쩌지? 난 여전히 삶에 미련이 많은데 곧 끝나면 어쩌지? 받은 것만 많고 베푼 건 별로 없는데 이대로 사라진다면, 소멸의 두려움은 둘째 치고 너무 미안해서 나는 어쩌지? 말도 안 되는 상상은 아니다. 내년 혹은 내일, 어쩌면 오늘 죽는다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니. 개인으로는 비극일지언정 세상 많은 사람의 눈에는 그저 ‘한 사람의 죽음’일 뿐이니까. 항상 누군가는 죽는데, 오늘은 ‘저 사람’ 하나가 포함된 거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나 역시 다른 이의 죽음을 그렇게 대하고 있으니 잘 안다. 안타까워 하지만 슬픔에 잠기지 않는다. 그런 일 없기를 바라지만(물론 그럴 수는 없다.) 반복되는..

바람이 분다 2024.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