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쉴새 없이 권하기는 하지만 강하게 등떠밀며 강요하지는 않는 눈치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신경써서 얻을 이익보다 신경쓰지 않아서 얻게 되는 이득이 훨씬 커 보인다. 그게 뭐냐고? 바로 쓰레기 분리수거다.
플라스틱과 비닐은 여전히 저렴하다. 그리고(어쩌면 그래서) 사용이 간편하다. 그냥 버리면 그만이니까. 나라에서 혹은 지자체에서 말하는 대로 분리수거를 ‘제대로’ 한들 사용하지 못할 것투성이라는 말들이 많다. 열심히 구분해서 정리했더니 수거할 때는 한 곳에 모아 가져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의욕이 꺾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한다. 매일 혹은 매주 한 번씩 그것을 위해 움직인다. 플라스틱에 붙은 종이는 왜 이리 떼지지 않는가.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면 만들 때부터 잘 떼지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은 비닐인가 종이인가, 아니면 일반쓰레기인가. 내가 비닐이라고 인식하는 모든 것이 비닐이 맞는 것인가. 재활용이 안 되는 종이도 있다던데 그건 어떻게 구분하나…. 온갖 불평과 의심과 논평을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다. 가능한 텀블러를 사용한다. 가끔은 빨대 사용을 자제해 본다. 일회용 용기를 깨끗하게 씻는다. 컵라면 용기 내부의 국물 자국은 햇볕에 노출시켜 어느 정도 사라지게 한다. 라이터는 내부의 부품까지 분리한다. 박스에 박힌 스템플러 심지까지 뺀다. 쇼핑백을 일반쓰레기, 쇠붙이, 플라스틱, 종이로 분리한다. 항상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의문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말 도움이 될까. 누군가의 말처럼 다시 한데 모인다면 이 무슨 범국민적 에너지 소모인가. 어차피 그리 될 거라면 쓸데없는 과정들에 시간과 몸과 마음을 쓸 필요 없잖은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믿고 간다. 이 수고로움이 모이고 모여 지구의 피폐해짐을 막을 수 있다면 아니, 그곳으로 가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 될 테니. 만나 볼 수 없을지라도 다음 혹은 그다음 사람들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보는 거다.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 후회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