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정상과 비정상

트망 2024. 1. 26. 12:06

유독 기억에 남는 공포증이 있다. 동그란 무엇에 공포를 느끼는 환 공포증. 그리고 조류 공포증.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점이고 그냥 새이다. 그게 왜 무섭지? 그냥 지나치면 되지 않나?

 

정상과 비정상.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은 조심스러워져 다행이지만, 전에는 이 말을 너무나 많이 사용했다. 이 정도는 알아야 정상, 이 정도의 키는 되어야 정상, 몸무게는 이 정도 유지해야 정상, 눈 두 개 팔 두 개 다리 두 개가 있어야 정상. 당연히 나머지는 비정상이다. 정상이 아니니까.

 

‘정상이 아니다’라는 말은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라는 말과 같다. 애초에 없었든 있었던 그것이 기능하지 못하게 되었든 상관없이. 정말 무서운 말이다. 마치 물건을 대하는 것 같다. 불량품이다. 못 쓰는 것이다. 이런 느낌은, 너무 멀리 간 것일까.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와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너무나 쉽게 “틀렸다” “바꿔라” “이겨 내라”고 말한다. 특히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태도가 그렇다. 다른 사람은 다 괜찮은데 ‘너만’ 그런다고 한다. 누구나 해낼 수 있다고, 그렇지 못하면 정말로 ‘문제 있는’ 거라고 한다. 이겨내거나 벗어나지 못하면 비정상인이 되고 만다.

 

나에게는 약 알러지가 있다. 특정 성분에 반응을 하기에 약을 가지고 다닌다.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것이라 이제서야 다른 사람들의 알러지 반응이 들린다. 듣고 보니 참 다양하다. 금속은 두말할 것도 없고, 어떤 사람에게는 쌀 알러지도 있다고 한다. 흔하지 않은 그러나 그 자체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고도 “뭐 그런 걸 가지고 있냐, 으이그~” 하는 자들이 있다. 마치 그들의 잘못인 것처럼 혀를 끌끌 찬다. 이럴 수가 있는가. 그들은 나의 알러지에도 “뭐 그런 거에 반응을 하냐” 하겠지.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내 기준에) 조금만 매워도 “아후 매워~” 하고 연신 물을 마시는 사람을 본다면 나 역시 “뭐 그런 걸 먹고 맵다고 하냐” 했을 테니까.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되지도 않는 이유로 요상하게 보았을까.

 

그들과 나는 다른 게 없다. 무섭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웃거나 울고 싶게 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잘하거나 못하는 것, 소유하고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것은 이상하거나 웃긴 일이 아니다.

'바람이 분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려동물  (2) 2024.01.28
-답다  (2) 2024.01.27
감사한 하루  (1) 2024.01.25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0) 2024.01.24
그들의 노고  (0) 2024.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