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경험하라

트망 2024. 2. 14. 19:55

여행. 문화가 다르고 사람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물이 다르고 음식이 다른 곳. 그곳에서 사람을 만난다. 성별이 다르고 나고 자란 환경이 다르고 생김이 다르며 생각이 다른 사람을. 시도한다. 그간 해 보지 못한 것, 해 보고 싶었던 것, 원하지 않았지만 눈앞에 닥친 그것들에 도전한다.

 

경험은 중요하다. 그동안 했던 일, 가 보았던 곳, 만나 본 사람을 종합하여 현재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선택한다.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판단의 근거로 사용할 수는 있다. 뿐만 아니라 ‘해 보았던 사람’으로서 조금 더 견딜 수 있다. 물리적인 힘이 그전과 같더라도 마음의 피곤함은 덜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인격, 성격, 성향에도 영향을 끼친다. 어디에서 무엇을 경험하든 씹고 뜯고 맛보게 되니까. 아무리 작은 경험이라도 켜켜이 쌓여 나를 만든다.

 

어른이 되어서 하는 경험은 상대적으로 한 인간의 삶에 크게 영향을 주기 어렵다. 좋든 싫든 이미 많은 것을 자기의 방식대로 소화시켰기 때문이다. 만들기보다 바꾸어야 하는데, 바꾸는 건 언제나 반발이 심하다.

 

반면 어릴 때의 경험은, 때로 매우 위험하다. 대부분이 겪는 반발심이 강한 시기가 아니라면, 처음일 경우가 많을 테니까. 앞으로 있을 여러 번의 경험 중 하나이지만, ‘처음’은 한동안 ‘한 번’의 의미를 넘어선다. 그 첫 번째는 몸과 마음에 각인된다. 앞으로의 기준이 된다. 어떤 ‘처음’이냐에 따라 그것의 인상과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결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을 권장해야 한다. 위험하지 않다면, 예상되는 위험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그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에 각오가 섰다면 가능한 모든 경험을 응원해야 한다.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경험을 통할 수밖에 없다. 막거나 무시하는 건 자기 자신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옆에서 할 일은 지원과 응원 뿐이다. 그의 내일은 오늘의 경험으로 인해 바뀌게 될 그의 몫이다.

 

누구에게나 다음이 있다. 내년, 다음 달, 내일이 있다. 잠시 후가 될 수도 있고. 아주 빠르게, 고개를 돌려 혹은 몸을 돌려 조금 전과 달리 행동할 수 있다. 경험은 크든 작든 미래의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모든 경험은 소중하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 그것을 만끽해야 한다. 땀, 눈물, 웃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한다. 몸과 마음이 함께 해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만끽하지 않은 경험은 경험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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