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어느 홍콩 배우의 영화 한 편을 여덟 번이나 돌려봤을 정도로 좋아한 적은 있지만, 그 외에 주저없이 찾아봤다거나 무언가 따라해 보려고 애쓴 적은 없다. 어떻게 만화책을 빌리게 되면 그 안의 캐릭터를 따라 그리기 바빴지만, 그렇다고 그 이상으로 넘어가지는 않았다. 중학생이 되어 합기도를 열심히 또 재미있게 배웠지만, 더 깊이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나에게 없었다.
맞다. 나는 지금껏 그리 열광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열광하는 사람들을 조금 이상하게 본 게 사실이다. 왜들 저러지? 하고….
생각해 보면 나는 무언가에 열렬한 사람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게 있었지만, 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지만 그 앞에 서기 위해 혹은 그것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지는 않았다. 그곳을 향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심에 고심을 하지도 않았다. 혹시 나는 욕심이 없는 사람일까?
말도 안 된다.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남들과 다른 욕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사실 나는 그것을 그렇게 바라지 않는 것이다. 아니, 그 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정도로 그것을 원하는 게 아닌 거다. 사람들은, 자기가 바라는 것들을 그다지 바라지 않는 사람들을 (그리고 욕망이 자신의 것보다 작아 보이는 사람들을) 보고 욕심이 없다고 할 뿐이다. 그들이 가지고자 하는 것과 내가 가지고자 하는 것이 다른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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