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그럴 수 있는 일

트망 2024. 3. 15. 22:18

산타니 뭐니 특별히 믿었던 것 같지는 않다. 몸을 휩싸는 공포로 보자면 빨간마스크와 홍콩할매귀신은 믿었지만.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그런 게 있을리 없지 않은가.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은, 마법사니 뭐니 하는 것들, 기이한 현상에 대한 추측성 이야기들을, 아마도 믿는 눈치다. 아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투성이니까. 아무리 노력해 봐야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니까.

 

그것이 진짜든 가짜든, 실재하든 아니든 이렇게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세상에 별의별 일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별의별 사람들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어째서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의아할 때가 많다. 나는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라고 확신하며.

 

하지만 놀라는 일은 점점 줄어든다. 누군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에 놀라는 것이지 세상에 그런 일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지구는 평평하다. 무슨 일이든 반대자는 있다. 공포를 느끼는 대상도 애정을 느끼는 대상도 사람마다 다르다. 가능한 모든 일은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세상사 자체에 놀라는 일이 줄어든다.

 

더하여 동요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손으로 입을 막고 눈을 휘둥그레 뜨며 몸을 펄쩍 뛸 일이 있다 하여도, 가능한 그러지 않으려 한다. 놀람을 몸으로 표현하지 않으려 한다. 놀라움을 숨기려는 게 아니라 그 동작으로 인해 흐트러질 나의 패턴과 판단 때문이다. 놀라움을 보여주는 표현할 그 시간에 그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하는 게 더 효율적일 때가 있다. 물론 놀라움을 표현하는 것이 좋을 자리에서는 그리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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